〈성심당 70년사〉 1편

시하기획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성심당 70년사〉의 제작 대행을 맡아 진행했다. 성심당은 대전의 지역 문화이자 국내 굴지의 브랜드인 만큼 입찰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여 성심당에 맞춤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2년여의 기간을 통해 완성된 〈성심당 70년사〉는 성심당의 70주년을 안팎으로 기념하는 데에 유의미하게 활용되고 있다.

성심당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책 한 권에 집대성되기까지, 시하기획의 담당자들은 오랜 시간 성심당 구성원들과 합을 맞췄다. 이 글에서는 〈성심당 70년사〉에 미처 담기지 못한 치열했던 과업의 흔적을 돌아본다. 흩어졌던 시간이 새롭게 의미를 획득하는 마법같은 순간들을 되돌아 보며 사사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 역사와 문화를 헤아리는 여정 속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플래닝(Planning)’,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에디팅(Editing)’의 과정을 간추려 각 공정의 가치를 환기해본다.

  1. 플래닝(Planning)

기업의 고유한 정체성, ‘브랜드’에 노크하기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사의 정통과 파격을 함께 제안하다

2024년, 성심당에서 몇 개 업체를 대상으로 사사(社史) 제안을 요청했을 당시, 시하기획 기획팀을 총괄하던 김이화 팀장(현 브랜드실 실장)은 깊은 고민을 가졌다. 대전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이자 온라인과 미디어를 통해 서사가 상당 부분 알려진 기업에 ‘어떻게 새롭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더구나 2016년 발간된 책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성심당의 역사를 정리한 책으로서 이미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김이화 팀장을 필두로 한 기획팀은 성심당과 관련된 자료를 꼼꼼히 수집하며 차별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편찬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정형화된 방식이 존재하는 사사 편찬 과정에서는 흔치 않은 접근이었지만, ‘고객’을 넘어 ‘팬’을 확보한 브랜드인 만큼 일반적인 사사와는 다른 문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성심당은 아카이브에 대한 니즈가 컸습니다. 자체적으로 70년 역사를 정리하는 라키비움(Larchiveum)을 준비하고 있었고, 사사 편찬 또한 그 과정에서 나온 의견이었죠. 동시에 성심당을 궁금해하는 외부의 시선도 많았습니다. 성심당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에 답을 해주저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부 독자와 외부 독자를 아우르는 Two-way 전략으로 가닥을 잡고 ‘지금 읽힐 역사서’와 ‘후대에 읽힐 역사서’를 나누어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고민 끝에 성심당 70주년 사사와 함께 브랜드북을 제작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이러한 초기 기획은 편찬 과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브랜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진정성 있는 접근은 시하기획의 기획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성심당을 이해하기 위한 안간힘

입찰을 준비하며 김이화 팀장은 여러 차례 대전을 방문했고 성심당과 두어 번의 미팅 기회도 가졌다. 직접 확인해야 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기획서에 적힌 매출이나 연혁만으로는 부족한, 전국전인 사랑을 받는 브랜드의 이유를 현장에서 느끼고자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을 잘 경험하는 것도 좋은 기획의 기반이 됩니다. 직접 줄을 서고 빵을 구입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고객 및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얼굴을 살피는 일, 그런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시하기획이 아닌 성심당의 시선으로 질문하기 위해 애썼다. 성심당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성심당의 방향과 어긋난다면 의미가 없기에, 그들의 고민 위에 시하기획의 해답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

“성심당과 수차례 의견을 나누며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사 편찬에 대해서도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인가, 구성원들이 납들할 수 있는 일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이었죠. 그만큼 책의 ‘멋’보다는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익숙한 브랜드에서 발견한 새로운 이야기

알면 알수록 성심당은 ‘이미 헤리티지 브랜딩을 잘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이는 역사서를 만드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과제였다.

“모두가 공감하는 브랜드 가치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익숙함의 바깥에서, 성심당이 미처 언어화하지 못한 부분까지 찾아내 보여드리는 것이 외부 전문가로서 줄 수 있는 인사이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많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완성한 〈성심당 70년사〉 제안은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브랜드를 해석하는 시간이었다. 그 결과, 시하기획은 치열한 경쟁 끝에 성심당의 선택을 받으며 70년 역사를 기록하는 사사 편찬을 맡게 됐다.

“사사의 정통적인 형식은 갖추되, 형식에만 머물지 않는 상상력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시간과 예산에 맞춘 책이 아니라, 성심당만의 정서와 색을 담아내는 사사를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잘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하기획이 성심당 앞에서 보여준 것은 화려한 제안 기술이 아니었다. 대전이라는 도시를 직접 걸어보는 진정성과 성실함, 성심당조차 몰랐던 이야기를 발견해내는 크리에이티브한 시선, 그 발견을 참신하고 정확한 언어로 만들어내는 편집 역량이었다. 특히, 그간 쌓아온 단단한 팀워크와 층위는 전통적인 사사의 가치 위에 비범한 접근을 과감히 얹을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이로써 시하기획은 그해 최고로 뜨거운 브랜드, 성심당의 사사를 제작할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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