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사』 김도훈 저자 인터뷰

시하기획은 최근 ‘공감유산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사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중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사』의 출간은 그 일환으로, AI 문명이 산업 전반을 흔드는 지금 사사업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담아냈다. 김도훈 작가(브랜드실 이사)를 만나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사사업계가 마주한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Q.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시간’과 ‘스토리’가 브랜드 자산이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이렇게 기록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동시에 우리는 AI 문명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사업계는 다가오는 AI 문명 앞에서 다소 미온적입니다.

유의미한 사사를 만드는 데는 전문가의 디렉션이 필요하지만, 자료 수집이나 대략의 아카이빙, 스토리의 배치와 나열, 보조적 집필은 AI가 대행 가능하기에, 이 변화는 사사업계에도 중차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사업계 대부분이 눈앞의 수익에 몰두해야 하는 소규모 에이전시인 탓에 이 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사사라는 낡은 이미지도 이제는 세대와 세태의 변화와 함께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Q. 기존 사사와 비교했을 때, 이 책이 제안하는 ‘새로운 사사’는 무엇이 다른가요?

핵심은 ‘활용성’입니다. 책이라는 물성에 갇힌 기록은 열람 과정이 필요하고, 서술형 문장의 특성상 필요한 정보를 즉시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아카이브화를 염두에 둔 기획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서사는 브랜드 자산으로, 아카이브로 소팅된 데이터는 모듈화되어 사내 재활용 가능한 자료나 교육 콘텐츠로 쓰일 수 있습니다. 편집의 영역과 아카이빙의 효율성을 함께 끌어안을 때, 사사는 비로소 미래적 가치를 확보한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장점을 홍보, 마케팅하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신뢰와 호감도를 중시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는 편입니다. 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헤리티지’라고 볼 수 있지요.


Q.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해오신 입장에서, 요즘 기업들이 사사를 만드는 이유나 방식이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이제 기업에서는 사사를 회장님이나 경영진의 업력 과시가 아닌, 소비자 유인과 사내문화 진작을 위한 용도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역사 스토리의 전통성과 상징성, 데이터의 활용성이라는 두 축은 이제 업의 성장과 시장 경쟁에서 유용한 무기인 셈이지요.

21세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IT 회사들도 벌써 2~30년의 업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월드와이드한 IT 사업 경쟁에서 브랜드는 우수한 자원과 충성스러운 단골 고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사사는 그러한 니즈에 고전적이면서도 다소 고급스럽게 소구될 수 있는 아이템이며, 대기업이나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일수록 이러한 헤리티지 연관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Q. 사사 편찬을 고민하는 기업 담당자가 파트너사를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까요?

10년 전의 포트폴리오나 정형화된 산출물만 보고 고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번듯하게 구축해놓은 공장형 생산양식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고유의 역사는 똑같은 틀에 담을 수 없으니까요. 먼저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니즈, 브랜드의 성격을 고민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후에 파트너사가 책이라는 결과물을 넘어 아카이빙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다양한 포맷과 플랫폼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업력을 갖춘 사사업체는 다섯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데, 대개 포트폴리오는 대동소이하고 회사의 규모나 리소스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이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역사를 탄력적이고 가변적으로 다룰 줄 아는 관점을 가진 곳을 선택하시길 권합니다.


Q. 시하기획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공감유산 프로젝트’를 통해 텍스트 편집 중심을 넘어선 다양한 방식의 역사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10년 주기의 사사는 대개 행사와 전시,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계되며, 부서로는 마케팅, 홍보, 브랜드팀과도 연계됩니다. 역사라는 소스가 기본인 책에서 출발해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 맞는 역사 소스를 공급하는 데 관심을 두고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 출간을 통해 다양한 연구 도서를 펴내고 있고, 진일보한 집필 방식과 작가 활용을 고민하며 AI와의 공생도 준비 중입니다. 무엇보다 아카이빙 관점을 확대해, 이를 전통적인 사사 기획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방식의 사사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모델을 잇는 실험과 연구를 본격화한 기업은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