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70년사〉 3편

성심당 70년사를 비롯한 성심당 발행 도서가 전시된 책장

책의 방향을 정하고 수많은 정보를 모은 뒤에는 이를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다듬는 일이 남았다. 흩어진 기록과 기억을 연결하고 70년의 시간을 한 호흡으로 읽히게 하는 에디팅(Editing)이었다.

문장을 잘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작가의 시선을 담아내면서도 그 시선이 성심당의 역사와 문화보다 앞서지 않도록 섬세한 조율이 필요했다. 대전에 머물며 써내려간 초고가 완성된 뒤에도 성심당과 시하기획의 구성원들은 글을 거듭 함께 읽으며 사실과 표현, 흐름을 살폈다.

한 사람의 문장이 모두의 기록으로 다듬어지기까지, 이 글에서는 〈성심당 70년사〉를 완성해간 마지막 조율의 과정을 살펴본다.

03. 에디팅(Editing)

함께 읽고 조율하며 하나의 기록으로 다듬기

성심당에서 성심당의 글을 쓰다

성심당의 70년을 글로 옮기기 위해선 기록 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했다. 〈성심당 70년사〉 주집필을 맡은 김도훈 작가(브랜드실 이사)는 성심당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먼저 성심당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성심당이 지켜온 ‘사랑과 나눔’의 문화가 그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이어지는지 직접 보고 공감할 시간이 필요했다.

“수많은 사람과 곡절이 남긴 70년의 흔적을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터뷰와 리서치, 그리고 대전이라는 지역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성심당 특유의 철학과 정신을 체감하려면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했죠. 그래서 70년사 가목차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후 두 달여 동안 대전에 머물며 성심당으로 출퇴근했습니다.”

오전에는 성심당문화원에서 글을 쓰고 점심은 성심당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했다. 오후에는 성심당 곳곳과 충남도청 등 대전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성심당과 대전의 일상 속에서 집필을 이어나갔다.

“하루를 보내고 숙소에 돌아오면 한나절 써낸 이야기를 다시 매만지며 거친 현대사 속에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성심껏 살아간 창립자와 그의 주변에서 헌신을 아끼지 않은 인물들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집필 내내 성심당의 주요 인물들에 동화된 것처럼 푹 빠져 살았습니다.”

성심당 식당에서 현장을 살펴보는 두 사람의 뒷모습

작가의 문장에서 모두의 기록으로

성심당의 70년은 한 편의 영화처럼 굴곡이 많았다. 흥남철수작전과 피란, 대전 정착과 창업, 화재와 재건 등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장면도 가득했다. 작가로서 하나의 서사문학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으나, 사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기업의 시간을 정리하는 역사서이자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록이어야 했다.

“〈성심당 70년사〉는 작가 개인의 글이 아니라 성심당 구성원 모두를 위한 글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준에 맞춰 초고를 거듭 수정했고, 초고가 작성된 후에도 수많은 편집과 퇴고 과정을 거쳤습니다.”

작가의 역할은 잘 쓴 문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사건에는 힘을 주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힘을 덜어야 한다.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의 성장, 그 바탕에 놓인 사람들의 삶과 선택의 무게를 담으면서도 과도한 해석이나 수식이 덧붙지 않도록 균형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성심당이 오랫동안 지켜온 문화와 가치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집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글 전반에 ‘성심당다움’을 심고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심당이라는 우수한 브랜드를 적확하게 드러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빈자와 부자를 가리지 않고 맞이할 수 있는 성심당 특유의 문화를 담아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많은 언어적 고민과 이야기의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모두의 70년사를 위한 마지막 조율

초고의 완성은 퇴고의 시작이었다. 작가가 성심당의 70년을 좋은 문장으로 엮었다면, 이제 그 이야기가 사실과 기억에 어긋남은 없는지, 어느 한 시선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일이 남았다. 특히 수많은 사람의 삶과 기억이 겹쳐 있는 70년을 다루는 만큼,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는 성심당과 시하기획의 여러 구성원이 함께했다.

“원고를 읽으며 사실관계와 맥락에 어긋남이 없는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빈틈은 없는지 살피는 일은 기획자를 포함한 부집필들의 역할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더 정확하고 단단해졌습니다.”

검토는 단어 하나도 지나치지 않았다. ‘빵집’, ‘제과점’, ‘베이커리’처럼 시대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 표현까지 각 맥락에 맞춰 사용했다. 70년의 시간을 오늘의 언어로 뭉뚱그리지 않고, 각 시대의 모습을 그에 맞는 언어로 담아갔다. 집필 못지않은 시간을 들여 원고를 거듭 다듬는 과정을 거치며 작가의 글에 성심당의 기억과 제작진의 판단이 촘촘히 더해졌다.

“성심당 관계자들의 피드백과 여러 조력자의 첨언이 더해지면서 원고는 계속 정제됐습니다. 기획자와 보조 집필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원고를 마무리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기에 비로소 성심인 모두를 위한 글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 과업을 태동시켜 준 김이화 브랜드실장과 지난한 집필과 제책 과정을 이끌어 준 김서율 과장, 그리고 작가의 여력이 부족한 지면마다 보탬이 되어 준 권다인 기획차장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성심당 70년사 출간 기념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좋은 에디팅이란, 책이 전해야 할 목소리를 그에 가장 잘 맞는 문장으로 남기는 일이다. 〈성심당 70년사〉의 원고 역시 현장에 머문 작가의 시간과 성심당의 기억, 그리고 시하기획 구성원들의 수많은 판단이 겹쳐지며 비로소 하나의 목소리를 갖춰갔다.

대전에서의 치열한 집필과 지난한 퇴고의 시간 동안 문장은 끊임없이 더해지고 덜어졌다. 그렇게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 글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성심당의 70년을 함께 기억하는 모두의 기록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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