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70년사〉 2편

〈성심당 70년사〉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태어났다. 시하기획은 오랜 기록을 살피고 성심당이 자리한 지역에 머물며 70년을 함께해 온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흩어진 기억은 하나의 흐름으로 모였고, 지켜온 가치도 조금씩 선명해졌다.
발견한 가치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데에도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했다.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했다. 〈성심당 70년사〉를 만드는 일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이 글에서는 2년여에 걸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통해 성심당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가장 ‘성심당다운’ 방식으로 다시 건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02.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성심당다운 언어를 발견하고 함께 다듬어가기
기록과 현장에서 찾은 성심당의 진짜 이야기
〈성심당 70년사〉 편찬을 담당한 시하기획 김서율 과장은 착수에 앞서 성심당과 관련된 자료라면 무엇이든 살폈다. 성심당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내부 자료는 물론이고 외부 언론 기사, 경영진 강연 영상까지 폭넓게 확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틈이 날 때마다 대전에 가 빵을 구입하고 매장 인근에 머물며 분위기를 경험했다. 그에게 소통이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왜 성심당의 빵을 사기 위해 기꺼이 긴 대기 줄을 감내할까 생각해봤습니다. 성심당은 이미 단순히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대전을 찾는 이유이자 여행의 기억으로 남는 브랜드였습니다. 여러 과정을 통해 지난 70년간 대전 시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과 쌓아온 관계가 지금의 성심당이 되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자료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부분은 경영진과 가족,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채웠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빈칸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기록에 담긴 사실이 성심당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까지 이해하는 일이었다. 직책과 세대를 달리해 여러 사람을 만날수록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도 있었다.
“경영진부터 현장 직원까지, 직책과 역할은 달라도 한결같이 ‘사랑’과 ‘나눔’으로 성심당을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7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가치야말로 성심당의 언어이자 작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를 바탕으로 〈성심당 70년사〉의 제호 ‘사랑으로 기억될 우리의 기록’이 탄생했습니다. 제호는 단순히 시하기획이 만든 이름이 아니라, 성심당과의 오랜 대화 끝에 도달한 답이었습니다.”
성심당의 이야기를, 성심당의 방식으로
성심당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록만큼이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했다. 종무식과 제빵대회, 시상식 등 성심당의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성심당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밖에서 바라보는 기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나누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어떤 방식으로 함께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가까이에서 보고 들은 시간은 책의 구성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책의 핵심이 되는 통사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대별 소명’을 기준으로 구성했습니다. 각 시대가 성심당에게 건넨 질문과 그에 대한 성심당의 답을 중심으로 흐름을 잡은 거죠. 챕터별 키워드는 제빵 공정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밀알에서 시작해 맥분(밀가루), 반죽, 성형, 발표, 굽기, 팽창 그리고 풍미까지.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성심당의 성장과 자연스럽게 맞물렸고, 빵의 언어로 역사를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성심당다운 방식이었습니다.”
주요 인물 소개는 열전(列傳) 형식을 활용했다. 창업주 임길순, 한순덕 여사는 물론, 흥남철수작전 당시 14,000여 명의 피난민을 구한 레너드 라루 선장이나 평생 임길순과 함께 대전 지역에 나눔을 실천한 두봉 주교 등 성심당의 시간과 닿은 이들의 삶을 꼼꼼히 담았다.
“성심당은 공동체적 특징을 가진 기업입니다. 성심당의 모든 순간에는 늘 사람이 있었고, 그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심당이 걸어온 길과 만나게 됩니다. 사랑과 나눔이라는 가치 역시 거창한 말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더욱 선명했고요. 공식적인 기록 바깥에 남아 있던 삶을 열전으로 엮는 일은 결국 사람으로 이어져 온 성심당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1차 원고가 완성된 후에는 시하기획 내부 검독회에 이어 성심당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검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한 문장씩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며 사실관계는 물론 미처 헤아리지 못한 의미와 뉘앙스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원고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오래된 마음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법
디자인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은 작업을 이끄는 중요한 원칙이었다. 완성된 시안을 일방적으로 제안하기보다, 하나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성심당과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질감과 색이 다른 종이 샘플을 함께 만져보며 비교했고, 시안 역시 후가공까지 적용한 실물로 거듭 제작해 완성될 책의 모습을 세심하게 가늠했다. 작은 서체 하나를 정할 때조차 여러 선택지를 앞에 두고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김지연 디자인팀장은 설명했다.
“성심당의 기록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밀가루와 반죽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색감과 종이의 질감,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디자인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심당다움’과 성심당이 느끼는 ‘성심당다움’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나씩 직접 보여드리고 의견을 나누며 결정했습니다.”
책의 첫인상과도 같은 표지는 밀가루 포대를 연상시키는 재질의 것으로 골랐고, 마음 심(心)을 크게 넣어 성심당의 진심을 표현했다. 손이 닿을수록 자연스러운 흔적이 쌓여, 오래될수록 고유한 멋을 지니도록 했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끌 사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잘 찍는 것이 아니라, 성심당답게 찍는 법을 고민해야 했다.

“성심당의 공간에는 명확한 철학이 있습니다. ‘부자가 와도 초라하지 않고, 가난한 이가 와도 주눅 들지 않는 빵집’이죠. 멋지게 찍는 것보다 철학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전 여러 차례 전 매장을 답사하며 공간의 구조와 빛은 물론, 직원들이 움직이는 모습까지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성심당다운 온기와 편안함이 담길지 고민하며 장면과 구도를 하나씩 정해갔습니다.”
한 문장이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두 번의 연말을 함께 보내고 두 번의 종무식에 참여하는 동안, 성심당의 오늘 역시 새로운 역사가 되어갔다. 시하기획은 그 시간을 가까이에서 함께하며 성심당이 무엇을 지켜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책 안에 담아냈다.
“성심당이 지난 70년 동안 빵을 통해 전해온 가장 중요한 가치가 사랑이었듯, 〈성심당 70년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 책이 단순히 지난 시간을 정리한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성심당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이들에게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소통이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시하기획은 그 이해에 닿기 위해 한 사람, 한 공간, 한 문장에 마음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가치를 다음 세대에 바르게 전하는 일 역시 소통의 일부라 믿었다. 〈성심당 70년사〉를 만든 2년여의 시간은 결국, 시하기획이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고민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었다.



